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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우리가 놓치고 있는 도시의 진짜 얼굴

by rya-rya-day 2025. 4. 6.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책 관련 사진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책 사진

지금 내가 사는 이 공간은 과연 '살 만한' 곳일까?
출근길, 똑같은 빌딩과 똑같은 교차로, 복잡하고 낯선 아파트 단지 속에서 문득 이질감을 느끼던 적이 있다.
그 순간이 바로 김시덕 작가의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를 떠올리게 된 때였다.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 우리가 사는 곳에 이렇게나 많은 ‘의미’와 ‘역사’가 얽혀 있다는 것을.
하지만 한 페이지, 또 한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는 점점 '공간'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 책은 단순히 도시계획이나 부동산 이야기를 담은 책이 아니다.
우리가 서 있는 땅의 기억과,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성찰하는 책이다.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우리가 놓치고 있는 도시의 진짜 얼굴

김시덕 작가는 책 속에서 서울을 포함한 여러 도시를 직접 걷고, 보고, 기록한다.
그리고 그가 만난 것은 지금껏 뉴스나 지도에는 없던 이야기들이다.
재개발의 이름 아래 사라진 동네, 군사 기지로 봉쇄된 땅, 거주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정책의 흔적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지역이 사실은 수많은 갈등과 아픔을 품고 있었다는 점이다.
서울의 어떤 지역은 개발로 인해 수십 년 살아온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쫓겨나고,
또 어떤 곳은 여전히 국가의 ‘안보’라는 이름 아래 출입조차 통제된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가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개인의 삶과 기억, 도시의 역사에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점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공간을 선택할 수 없고, 그 공간은 곧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고.
이 말은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특히 더 크게 다가온다.
땅값, 교통, 학군, 브랜드 아파트… 공간을 선택하는 기준이 단지 숫자와 스펙으로 변질되어버린 현실을, 이 책은 깊이 있게 비판한다.

걷는다는 것, 듣는다는 것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감동받은 지점은 바로 작가의 태도다.
김시덕은 도시에 대해 말하면서도, 전문가의 관점이 아닌 ‘시민’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철저하게 '현장을 걷고, 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지도 위의 경계나 법률 용어가 아니라, 그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도시는 단순히 사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억의 집합체다.”
책을 읽으면서 이 말이 떠올랐다.
어떤 동네에선 아직도 강제 이주된 할머니가 고향 땅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낸다.
어떤 지역에선 도심 속 폐허처럼 방치된 철거지에서 고양이와 노인들이 함께 산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을 섬세하고도 묵직하게 담아낸다.

개발이라는 단어가 주는 화려함 이면에 숨은 침묵의 역사.
그 역사를 듣고 나니, 내가 매일 지나다니던 골목길조차 새롭게 느껴졌다.
김시덕 작가의 글은 우리가 얼마나 공간에 무감각했는지를 반성하게 만든다.
그가 보여주는 도시 풍경은 ‘풍경’이 아닌 ‘사람의 역사’다.

나의 공간은 나의 정체성이다

책을 덮고 난 후, 나에게도 묻고 싶어졌다.
나는 어디서 살고 있으며, 왜 그곳을 선택했는가?
내가 선택한 공간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부동산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태도와 직결된 질문이다.
그리고 김시덕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당신은 지금, 어떤 공간에서 어떤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우리는 너무 자주, ‘살 만한 곳’을 찾는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건, ‘살고 싶은 곳’이 아닐까.
편의성과 인프라를 넘어서, 나의 기억과 정체성이 담길 수 있는 공간.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는 그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준다.

마무리하며 – 걷고, 바라보고, 다시 생각하라

이 책은 다 읽고 나면 발걸음이 달라진다.
동네를 걸을 때도,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게 된다.
어쩌면 내 삶의 공간 역시 수많은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내가 '기록하고 의미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는 단순한 도시비평서가 아니다.
이 책은 삶과 공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이자, 인간적인 성찰의 여정이다.
지금 이 시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각자의 공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